좀 부족하면 어때요

사진의 장미는 The Lady’s Blush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.
뭔가 청초하면서도, 아름답고,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인 그런 느낌을 주는 장미인데요.
아주 가볍고, 사랑스러운 달콤한 플로럴한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.
영어를 잘 몰라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, 숙녀 혹은 아가씨의 붉은 홍조(빛) 정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.
엄청 크지도, 화려하지도, 완벽하지 않아서 좋아하는 장미이기도 합니다.

the lady's blush 유안재 로즈가든

삶의 알싸함에 취해 써 내려간 시는
한 시간이 지나서 다시 봐도
한달이 지나서 다시 바라봐도
늘 고칠 것이 있는 미완성 이더라구요.
내게 삶은 온 힘으로 치열하게 써 내려가도
늘 다시 고쳐 쓸게 남은 시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.
영원히 완성되지는 않을

장미를 심고, 싹이 나고, 우려내고, 그걸로 화장품을 만들면 늘 뿌듯하곤 했습니다.
향기롭고, 보드랍고 참 좋았으니까요.

딸하나, 아들하나를 낳고
먹이고, 씻기고, 밤 새 업어 재우면서도 늘 행복했습니다.
몽글몽글한 볼태기도, 봉글봉글한 입술도 세상 무엇보다 이뻤으니까요.

그런데 그 소중했던 시간들도
다시 돌아보면 늘 아쉬웠습니다.
다시 돌아가서 뭔가를 늘 고치고 싶었습니다.

그런데 이마에 차가운 빗방울 하나 똑 떨어진 것처럼
오늘 깜짝 놀랐습니다.

지금 내가 써 내려가는 이 시도
내일이면 또 뭔가를 고치고 싶겠구나.

오롯이 이 순간을 그냥 그대로 느끼는 것이
삶이구나. 그게 시구나.

그냥 아름답구나.

Author: yuanje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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